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마이너스(-) 입찰이 REC 고정가격계약 시장에 미치는 영향

에너지 전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재생에너지는 우리 전력 시스템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람과 햇살이 풍부한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보급의 최전선으로서 전력 공급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그와 동시에 '계통 안정'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때 발생하는 출력제어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고 재생에너지가 전력 시장의 책임감 있는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최근 중요한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필자 또한 해당 제도 도입 당시 관련 자문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은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의 법적 구조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전력거래의 기본 원칙과 재생에너지의 지위

대한민국의 전력 시장은 원칙적으로 모든 발전사업자와 유일한 전기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가 시장을 통해 전력을 거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을 장려하기 위해 특별한 예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전기사업법 제31조 제4항 제3호에 따라 전기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러한 배려 덕분에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기들은 생산한 전기를 우선적으로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전력시장에서 이른바 '비중앙급전발전기'로 분류되어, 별도의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이 생산한 전력량만큼을 대해 계통한계가격(SMP)으로 정산을 받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 속에서 성장해 왔습니다.

전기사업법

제31조(전력거래) ④ 전기판매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생산한 전력을 제43조에 따른 전력시장운영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3.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 제2조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


2.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제주 시범사업의 도입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지역에서는 공급량이 급증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특정 시간대 전력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면서 전력망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빈번해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계통 안정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기의 가동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 조치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이러한 계통상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시장 원리에 기반한 수급 조절을 위해 2023년 8월 30일 전력시장운영규칙이 개정되었습니다. 제16장 신설을 통해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으며, 그 핵심 내용이 바로 오늘 설명해 드릴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입니다.

3.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의 구조와 참여 요건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특정 규모 이상의 재생에너지 발전기가 기존의 대형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소와 같은 중앙급전발전기처럼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를 이행하고, 가격 경쟁을 통해 전력 가격과 발전량을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참여 대상을 살펴보면 단독형의 경우 설비용량 1MW를 초과하는 풍력발전기가 해당하며, 집합형은 설비용량 1MW 초과 100MW 미만의 풍력발전기 등이 포함됩니다.

특히 설비용량이 3MW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이 제도에 참여해야 합니다. 발전사업자는 자신이 사전에 예측한 발전량을 입찰 용량으로 제시하며, 입찰 가격의 경우 상한은 0원/kWh으로, 하한은 과거 2개월 전 현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평균 가격을 음수(-)로 전환한 값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4. 마이너스(-) 입찰 제도의 등장

이번 제도의 가장 혁신적인 지점은 입찰 가격 설정 방식에 있습니다. 가격의 상한이 0원인 반면 하한이 마이너스 금액으로 설정되었다는 점인데요. 전력 공급이 과잉되어 계통에 부담을 주는 시간대에는 발전사업자가 오히려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전력 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전력시장 가격(SMP)이 마이너스로 결정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만약 SMP가 마이너스로 결정되면 낙찰된 발전사업자는 자신이 생산한 전력량만큼의 마이너스 금액을 전력거래소에 납부하게 됩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현재 SMP이외에도 REC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SMP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REC 발급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라는 고도의 시장 메커니즘으로 이해됩니다.

5. 마이너스 SMP가 REC 고정가격계약 시장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마이너스 SMP 구조에서 발전사업자가 모든 경제적 손실을 홀로 부담하게 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REC 고정가격계약이라는 변수가 존재합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 따라 대형 발전사 등 공급의무자들은 안정적인 REC 확보를 위해 발전사업자들과 'SMP+REC' 가격을 하나로 묶은 장기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때 REC 가격 산정 공식인 '1 REC 가격 = 고정가격 - SMP'에 주목해야 합니다.

가령 SMP가 마이너스 100원이 될 경우 마이너스 부호가 겹치면서 REC 가격은 오히려 고정가격에 100원을 더한 값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결국 발전사업자가 전력거래소에 지불한 마이너스 SMP만큼의 부담이 REC를 구매하는 공급의무자에게 이전되는 구조입니다.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제18조의11에 따라 이러한 비용은 전력시장을 통해 보전되거나 종국적으로는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 있어, 마이너스 입찰의 사회적 비용 분담 체계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6. 제주 시범사업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는 에너지 시장의 미래

현재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제주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며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전력시장운영규칙 부칙 제6조에 따르면 이 제도는 운영 과정에서의 보완을 거쳐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또한 시장 원리에 기반한 효율적인 전력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보이며, 이는 향후 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앞으로 전국으로 확대될 이 제도가 우리 에너지 시장과 산업 생태계에 가져올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철저히 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전력거래소 제주 시범사업 주요 Q&A


상담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