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4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대한민국 에너지 시장은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대규모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장거리 송전망을 거쳐 수도권 등 소비지로 보내는 '중앙 집중형' 시스템에 의존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간이나 그 인근에서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시스템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해바람 법률사무소와 함께 이번 법 시행이 우리 기업과 실생활에 가져올 핵심적인 변화를 법률적 관점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1. 분산에너지의 정의와 사업자 등록
분산에너지법이 규정하는 '분산에너지'의 핵심은 규모와 거리입니다. 분산에너지법 제2조에 따르면, 분산에너지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지역의 인근에서 생산 및 공급되는 일정 규모 이하의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구체적인 설비 기준으로 보면 설비용량 40MW 이하의 발전설비가 기본이며, 특정 요건을 갖춘 경우 500MW 이하의 집단에너지설비에서 생산되는 에너지까지 그 범주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분산에너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법정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새롭게 진입하려는 자는 ‘분산에너지사업자’로서 사업의 종류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다만, 기존에 지능형전력망 사업이나 전기신사업 등을 영위하며 이미 등록을 마친 사업자들은 별도의 추가 절차 없이도 사업자로 간주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어, 기존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분산에너지법(법률 제21065호, 2025. 10. 1.)
분산에너지법
제8조(분산에너지사업의 등록) ① 분산에너지사업을 하려는 자는 분산에너지사업의 종류별로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에게 등록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등록한 것으로 본다.
1. 「지능형전력망의 구축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등록한 지능형전력망 사업자 중 분산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자
2. 「전기사업법」 제7조에 따라 허가를 받은 전기사업자 중 분산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자
3. 「전기사업법」 제7조의2에 따라 등록한 전기신사업자 중 분산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자
4.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303조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허가를 받은 풍력 발전사업자 중 분산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자
2.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과 특례
정부는 분산에너지 체계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해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했습니다. 분산에너지법 제5조는 5년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보급 목표부터 기술 개발, 인력 양성까지 전방위적인 실행 방안이 담기게 됩니다. 또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5년 주기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합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설치 의무'와 '특화지역'입니다. 분산에너지법 제13조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신축 건축물이나 택지 개발 시 분산에너지 설비 설치가 의무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분산에너지법 제36조가 규정하는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은 이번 입법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사업자와 소비자 간 직접 전력 거래가 허용되는 등 파격적인 규제 특례가 적용되어, 지역 단위의 새로운 에너지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분산에너지법
제13조(분산에너지 사용량의 할당 등) ①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고 에너지공급의 안정을 증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이하 “의무설치자”라 한다)에게 해당 사업의 실시 또는 시설의 설치 전에 에너지사용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분산에너지로 사용하도록 분산에너지 설비 설치계획서를 제출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분산에너지 설비 설치계획서를 제출하여야 하는 지역(이하 이 조에서 “설치의무지역”이라 한다)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
1. 「건축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신축 또는 대수선하는 건축물의 소유자
2.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가. 「택지개발촉진법」 제7조에 따른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
나. 「도시개발법」 제11조에 따른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
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10조에 따른 혁신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
라. 「기업도시개발 특별법」 제10조에 따른 기업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
마.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6조에 따른 도시재생사업의 시행자
바. 「첨단의료복합단지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첨단의료복합단지의 관리자
사.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혁신도시의 관리자
아.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8호에 따른 산업단지의 관리자
자. 그 밖에 분산에너지 보급을 촉진하기 위하여 분산에너지 사용이 필요한 지역, 지구 등의 관리자
3. 분산에너지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
권한이 늘어난 만큼 사업자의 책임 또한 엄격해졌습니다. 분산에너지법 제8조에 따른 등록 기준을 보면, 단순히 시설을 갖추는 것을 넘어 자본금과 전문 인력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일례로 ‘저장전기판매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관련 분야 기술사나 산업기사 자격을 보유한 인력을 최소 2명 이상 상시 고용해야 합니다.

안전망 구축과 정보 공유 의무도 강화되었습니다. 분산에너지법 제16조 및 제17조에 따라 배전사업자는 분산에너지의 접속을 보장해야 하는 동시에, 분산에너지사업자는 원활한 계통 운영을 위해 자신의 발전 정보를 성실히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사고 발생 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습니다(분산에너지법 제56조). 보험의 보상 한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인명 피해: 사망 시 1억 5천만 원, 부상 시 3천만 원 한도
- 재산 피해: 사고 1건당 10억 원 기준
4. 에너지 전환 시대의 전략적 대응
결론적으로 분산에너지법은 단순히 하나의 법이 시행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 전력 공급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발전사업자에게는 특화지역을 통한 직접 거래라는 기회가, 대규모 전력 소비자에게는 전력계통영향평가라는 새로운 규제가 주어졌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전기를 '사서 쓰는' 관점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산하거나 지역 내에서 효율적으로 수급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분산형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새로운 등록 기준과 의무 사항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사업 모델에 어떻게 녹여낼지가 향후 에너지 시장에서의 승패를 결정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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