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5월 20일, 국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공급인증서 발급 및 거래시장 운영에 관한 규칙」(이하 'REC 규칙')이 대대적으로 개정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조문 정비를 넘어, 고정가격계약 체계와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시범사업 간의 정합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투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발전사업자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주요 개정 내용과 시사점을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공급인증서 발급 및 거래시장 운영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2024.5.20.)
1. REC 장기고정계약 입찰 시 상한가격 제도 보완
가. 경쟁입찰 우대요소 산정기준 신설
금번 개정안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 중 하나는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설비에 대해 우대가격을 부여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을 따지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적 가치가 높은 사업에 인센티브를 집중하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됩니다. 구체적인 우대가격 산정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REC규칙 제25조의2).
- 탄소배출량 검증을 마친 저탄소 태양광 모듈을 사용한 경우
- 기술 사업화 촉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요 풍력 기자재를 활용한 경우
- 공공기관의 참여를 통해 국내 공급망 확충 및 국가 자원 안보에 기여하는 사업인 경우
-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도입 지역의 전력거래가격(SMP) 및 출력제어 여건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
나. 경쟁입찰 상한가격 산정 시 ‘재생에너지 입찰제’ 고려
또한, 경쟁입찰의 상한가격을 설정할 때 기존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나 입찰 경쟁률 외에도,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도입 지역 내의 실질적인 전력거래가격과 출력제어 여건이 새로운 고려 사항으로 추가되었습니다. 마이너스 SMP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의 특수성을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전기 사용자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시도라 볼 수 있겠습니다. 사업자 분들에게는 계획 단계부터 우대가격 요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해졌습니다.
2.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참여요건의 강화
기존 규정에서는 제주지역 풍력발전지구로 지정된 경우, 별도의 발전사업허가 없이도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예외가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해당 예외 조항이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이제는 풍력발전지구 내 사업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해야만 입찰 참여가 가능합니다(REC규칙 제31조의2).
지난 2024년 10월 개정 당시 발전사업허가가 가산점 항목에서 필수 요건으로 격상된 것과 궤를 같이하는 조치입니다. 정부가 풍력발전 사업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입찰 진입 장벽을 현실화한 것으로 이해되며, 사업자 측면에서는 입찰 단계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의미합니다.
3. REC 계약기간의 유연화 및 풍력발전 보완조치
그간 REC 매매계약은 상업운전 개시일로부터 20년이라는 고정된 기간을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은 20년을 원칙으로 하되, 시장 상황이나 정책적 필요에 따라 계약기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했습니다. 특히 풍력발전 분야에서는 주목할 만한 보완조치가 신설되었습니다.
- 계약기간 연장 조치: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도입 지역에 소재한 풍력설비의 경우, 전체 계약기간 중 전력거래가격(SMP)이 음수(-)를 기록한 시간만큼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REC규칙 제30조, 제31조의5).
이러한 변화는 RE100 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장기계약 기준(통상 15년 이상)에 부응하는 동시에,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시장 환경에서 사업자의 운영 안정성을 돕기 위한 조치로 평가됩니다.
4. REC 규칙 개정에 대한 시사점 및 향후 과제
이번 규칙 개정은 시장 친화적인 요소를 담고 있으나, 실무적으로는 몇 가지 까다로운 쟁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첫째, 개정된 상한가격 및 계약기간 연장 규정이 기존 계약에 소급 적용될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REC 매매계약은 기본적으로 발전사업자와 공급의무자 사이의 사적 계약입니다. 규정이 개정되었다고 하여 이미 체결된 계약의 효력이 당연히 변경되는 것은 아니며, 별도의 합의나 부칙에 따른 경과 규정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풍력발전 계약기간 연장 조항의 강제성 문제입니다. 규칙상 연장 '할 수 있다'라고 규정된 부분은 향후 신재생에너지센터의 구체적인 지침이나 실무 해석에 따라 그 실효성이 갈릴 것입니다. 계약 체결 시 이 부분을 명확히 문서화하지 않을 경우 장래에 당사자 간 분쟁의 불씨가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셋째, 상한가격 산정 방식의 적정성입니다. 현재 도입된 기준은 제주도의 통계와 데이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향후 이 제도가 육지로 확대될 때, 지역적 특수성이 완전히 다른 육지 시장에서도 제주도의 모델이 유효하게 작동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또한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RPS 제도 자체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한 상한가격 설정이 미래의 시장 변동성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2025년도 규칙 개정은 재생에너지 시장의 대대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유연해진 계약 조건과 우대가격 신설은 사업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겠지만, 기존 계약과의 충돌 가능성이나 규정의 해석 차이로 인한 리스크 역시 공존합니다. 따라서 사업주들께서는 관련 법령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법적 안전망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하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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