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달성을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국내에서도 발전사업자와 기업이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사례가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기존에 대형 공급의무자와 체결했던 장기 고정가격 REC 계약을 해지하고, 더 유리한 조건의 PPA로 갈아타려는 발전사업자분들의 문의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눈앞의 수익성 개선만을 쫓아 성급하게 기존 계약을 파기할 경우, 예상치 못한 법적·행정적 페널티로 인해 오히려 득보다 실이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기존 REC 매매계약을 해지하기 전, 발전사업자가 반드시 검토해야 할 세 가지 핵심 리스크를 법률적 관점에서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1. 계약보증금의 몰취 위험
REC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할 때 발전사업자는 통상적으로 총 계약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약이행보증금으로 설정하게 됩니다. 이는 현금 또는 보증증권의 형태로 공급의무자에게 제공되는데, 법적으로는 계약의 성실한 이행을 담보하는 성격을 가집니다.
만약 발전사업자가 PPA 전환 등 개인적인 경영상의 사유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면, 공급의무자는 이를 중대한 계약 위반으로 간주하여 계약을 해제하고 사전에 제공받은 보증금을 자신들에게 귀속시킬 수 있습니다. 즉, 상당한 금액의 보증금이 일순간에 몰취되는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방적인 해지 통보에 앞서, 공급의무자와의 면밀한 협의를 통해 합의 해지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보증금 반환 범위를 조율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계약보증금 조항 예시
1. 계약보증금은 계약체결 후 [*]일 이내 연간 예상공급량에 계약단간를 곱한 금액의 100분의 10 상당금액 이상을 계약보증금으로 납부하여야 한다.
2. “을”의 귀책으로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보증금은 “갑”에게 귀속한다.
2. 계약보증금을 초과하는 손해배상 책임
많은 사업자분께서 "보증금만 포기하면 계약 관계가 깨끗하게 정리되는 것 아니냐"고 묻곤 하십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법률 관계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REC 매매계약 표준약관 및 일반조건에는 계약보증금 귀속과는 별개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발전사업자의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 공급의무자가 의무 이행량 충당을 위해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REC를 조달해야 하거나, 기타 행정적 비용이 발생하는 등 실제 손해액이 보증금 규모를 상회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공급의무자는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 추가적인 배상을 요구할 권리를 가집니다. 계약 해지 전, 계약서 내 손해배상 예정액이나 배상 범위에 관한 조항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잠재적 배상액을 산정해 보지 않는다면, 추후 법적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이 큽니다.
손해배상 조항 예시
1. “갑”또는 “을”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책임 있는 당사자는 [*]원(통상 잔여계약기간의 총 공급가액의 10% 내외)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여야 한다.
2. 제1항에 따른 총 공급가액은 직전년도의 지급단가에 잔여 계약기간 중 매매량을 곱한 것으로 한다.
3. 발전소에 귀속되는 3년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가장 치명적이면서도 장기적인 타격을 주는 리스크는 바로 행정적인 제재입니다. 「공급인증서 발급 및 거래시장 운영에 관한 규칙」(이하 'REC 규칙')에 따르면, 발전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해지될 경우, 해당 발전소는 향후 3년간 경쟁입찰시장 참여 자격이 제한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법리적 포인트는 이 제한의 대상이 사업주 개인이나 법인 자체가 아닌, '해당 발전소(설비)'라는 점입니다. 발전사업 허가번호와 발전소명, 부지 위치를 기준으로 페널티가 관리되기 때문에, 만약 향후 해당 부지나 설비를 활용해 다시 입찰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 있다면 3년이라는 공백기는 사업 영속성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REC 규칙(2026. 1. 8. 개정)
제31조(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참여제한) ① 다음 사항 중 경쟁입찰 사업자 선정에 제1호의 경우 선정일로부터 5년간 참여할 수 없으며, 제2호 및 제3호의 경우 선정일로부터 3년간 참여할 수 없다. 제4호의 경우 미이행 확인일로부터 3년간 참여할 수 없으며, 제5호의 경우 제한조치 지정일로부터 3년간 참여할 수 없다. 제6호의 경우 계약 해지일로부터 3년간 참여할 수 없다. 해당 사업을 승계한 경우에도 해당 기간내에는 선정에 참여할 수 없으며, 이 때 참여제한은 발전사업허가번호, 발전사업 대표자, 발전소명, 발전소 부지 등 발전사업허가에 대해 적용한다.
1. 선정사업자로 선정된 후 제30조제1항의 기한 내에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 단, 공급의무자의 귀책사유인 경우는 예외로 한다.
2. 제30조제9항제1호 및 제2호의 경우에 해당하여 공급의무자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 받은 경우.
3. 제29조제8항에 해당하여 선정이 취소된 경우
4. 매매계약체결 후 계약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5. 제17조에 따른 대상설비의 사후관리에 따른 제한조치를 받은 발전소중 신ㆍ재생에너지센터의 장이 필요하다고 지정한 경우
6. 2018년부터 2023년까지의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 매입 공고에 따른 참여 적격설비로서 공급의무자와 공급인증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이를 해지하는 경우②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신ㆍ재생에너지센터의 장은 선정사업자가 다음 각호에 해당할 경우에는 참여제한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1.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의 사유로 제1항제1호에 해당하는 경우
2. 제30조제9항제1호의 경우로 계통접속지연 사유로 사용전 검사를 완료하지 못하여 공급의무자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경우. 이 경우 사업자는 계통접속지연 사유를 객관적으로 증빙하는 자료를 신·재생에너지센터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RE100 이행을 위한 CPPA 전환은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이지만, 기존 계약의 사슬을 끊어내는 과정은 매우 정교해야 합니다. 섣부른 판단보다는 다음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손익분기점 분석이 필수적입니다.
- 기존 계약상의 보증금 귀속 조항 및 실손해 배상 범위
- 공급의무자와의 합의 해지 가능성 및 협상 전략
- 향후 3년간의 시장 변화 예측과 입찰 제한에 따른 기회비용
에너지 시장의 변화가 빠른 만큼 법률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검토 중인 PPA 조건이 이러한 유무형의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가치가 있는지 전문가와 함께 면밀히 따져보신 후 최선의 결정을 내리시길 권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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