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이라는 긴 여정을 시작하거나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때, 많은 경영자가 계약서의 문구 하나하나보다 사업의 비전에 몰입하곤 합니다. 하지만 비가 올 때 우산의 가치를 알 수 있듯, 주주간계약서(Shareholders' Agreement)의 진가는 사업 방향에 이견이 생기거나 예상치 못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비로소 드러납니다. 회사가 순항할 때는 법률적 장치가 불필요해 보일지라도,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는 순간 주주간계약서는 분쟁 해결의 유일한 나침반이자 최상위 규범이 됩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사업은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수적인 만큼, 투자자들을 물색하고 이들과 합작투자를 수행하는 것이 사업주 분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리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오늘은 주주간계약서 작성 및 검토 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 체크포인트 3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지배구조의 확립: 이사 지명권의 실질적 의미
주주간계약에서 가장 먼저 확립해야 할 기초는 이사회 구성(Board Composition)에 관한 권한 설정입니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일상적인 업무 집행과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사회를 우리 측 인사로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경영권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지분 비율이 높다고 해서 경영권이 당연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계약서상에 '이사 및 대표이사 지명권'이 어떻게 명문화되어 있는지에 따라 실제 지배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사회 정원과 각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지명 권한(Nomination Right)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규정을 통해 행사 가능한 경영권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당사자들은 대상회사의 이사회를 이사 3인으로 구성하기로 합의한다.
주주 [A]는 이사 2인을 지명할 권한을 가지며, 주주 [B]는 이사 1인 및 감사 1인을 지명할 권한을 가진다.
2. 의결 정족수와 사전 동의권
이사회 구성권을 확보했더라도 의결 정족수 설정이나 투자자의 사전 동의권 조항이 경영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은 투자의 안전장치로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특정 안건에 대해 주주나 이사 '전원의 동의'를 요건으로 규정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지분율이 아무리 높아도 소수 주주가 반대하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어,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지는 교착 상태(Deadlock)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경영진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전 동의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주주권 변동이나 주요 자산의 양수도 등 핵심적인 사안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금액 기준을 설정하는 등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합니다. 반면, 소수 주주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 전반에 대한 사전 동의권 조항을 두어 대주주의 경영 전반에 대한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3. 교착 상태의 해결: 러시안 룰렛과 텍사스 슛아웃
영원한 동업 관계는 드물기에, 의사결정이 마비된 교착 상태를 해소하거나 관계를 종료할 때 지분을 정리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선 교착 상태가 발생하면 통상 30일 정도의 성실 협의 기간을 거치되,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음과 같은 강력한 해결책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이라 불리는 Buy-Sell 방식입니다. 어느 한 주주가 상대방에게 특정 가격을 제시하면, 상대방은 그 가격에 제안 주주의 주식을 사거나, 반대로 자신의 주식을 제안 주주에게 팔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제안 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전부를 매수할 가격을 통지함과 동시에, 동일한 가격으로 상대방의 주식 전부를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둘째는 이를 보완한 텍사스 슛아웃(Texas Shootout) 방식입니다. 러시안 룰렛은 자금력이 풍부한 대주주가 헐값을 제시해 소수 주주를 축출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각 당사자가 인수하고자 하는 최종 가격을 밀봉하여 외부 독립 자문기관에 제출하고, 더 높은 가격을 써낸 주주가 그 가격으로 상대방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밀봉입찰 방식을 취합니다. 이는 자금력 우위의 폐해를 줄이고 공정한 가치 평가를 유도하는 기능을 합니다.
동업 관계의 종료나 특정 성과 달성 시 지분을 정리하기 위한 장치인 옵션 조항은 주주간계약서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퇴로를 확보함과 동시에 주주들에게 경영 성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콜옵션(Call Option):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상대방의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입니다. 경영권 확보나 성과 미달 주주의 축출 등을 위해 활용됩니다.
풋옵션(Put Option): 상대방에게 자신의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주로 투자자가 투자금 회수를 보장받기 위한 안전장치로 활용합니다.
이러한 옵션 조항을 설계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행사 조건'과 '가격 산정 방식'의 명확성입니다. '상호 합의한 가격'과 같은 모호한 표현은 반드시 분쟁을 야기합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산정 공식이나 공신력 있는 평가 기관 선정 방식을 명시해야 합니다. 또한 특정 당사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구조는 사후에 법적 효력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미래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여 공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5. 마치며
주주간계약서는 단순히 투자 관계를 기록한 서류가 아니라, 풍랑 속에서 배를 지탱하는 닻과 같습니다. 지배구조 확립부터 교착 상태 해소, 그리고 정교한 옵션 설계까지. 오늘 살펴본 요소들은 계약 체결 시점뿐만 아니라 회사의 엑싯(Exit)이나 위기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법률적 장치로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영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