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해상 곳곳에서 풍력발전 단지 조성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 초기 단계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핵심 관문인 ‘해상교통안전진단’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광활한 바다 위에서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하는 해상풍력 사업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과제이자 미래 먹거리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바다라는 공공의 자원을 활용하는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인 만큼,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복잡하게 얽힌 법적 규제와 안전 기준을 통과하는 정교한 법률적 설계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해상교통안전법(법률 제19573호, 2023. 7. 25.)
1. 해상교통안전진단의 제도적 취지와 필요성
해상풍력발전기는 그 자체로 거대한 해상 구조물이며, 수십 기가 군집을 이루어 설치되기 때문에 기존 선박들의 항행 경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해상교통안전법은 특정 사업이 해상 교통의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해상교통안전진단 제도의 핵심입니다.
해상교통안전법 제13조 제2항에 따르면, 안전진단 대상 사업을 추진하려는 자는 관련 법령에 따른 허가나 인가 등을 받기 전에 반드시 해상교통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인 안전진단서를 허가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의 장에게 제출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이하 '공유수면법')에 따른 공유수면의 점용·사용허가가 필수적인데, 이 허가를 받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안전진단 절차가 선행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안전진단은 단순히 거쳐 가는 요식 행위가 아니라 사업의 인허가권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절차입니다.
해상교통안전법
제13조(해상교통안전진단) ① 해양수산부장관은 안전진단대상사업을 하려는 자(국가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인 경우는 제외한다. 이하 “사업자”라 한다)에게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안전진단기준에 따른 해상교통안전진단을 실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② 사업자는 안전진단대상사업에 대하여 「항만법」,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및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등 해양의 이용 또는 보존과 관련된 관계 법령에 따른 허가ㆍ인가ㆍ승인ㆍ신고 등(이하 “허가등”이라 한다)을 받으려는 경우 제1항에 따라 실시한 해상교통안전진단의 결과(이하 “안전진단서”라 한다)를 허가등의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하 “처분기관”이라 한다)의 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2. 안전진단 대상 사업의 구체적 범위
모든 해역의 소규모 공사가 진단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자본과 설비가 투입되는 해상풍력 사업은 대부분 진단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해상교통안전법 시행령 [별표 4]에서는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구체적인 사업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유수면법 제8조에 따른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또는 제10조에 따른 공유수면 점·사용 협의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시설물 설치 사업 중 다음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진단 의무가 발생합니다.
- 해당 수역의 수심이 4미터 이상인 경우
- 점용·사용하려는 수역의 길이가 200미터 이상인 경우
- 점용·사용하려는 수역의 면적이 2만 제곱미터 이상인 경우
해상풍력발전 단지는 통상 수십 메가와트(MW)에서 기가와트(GW)급으로 설계되므로 위 기준을 상회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사업 기획 단계부터 이러한 물리적 규모를 고려하여 해상교통안전진단 일정을 사업 전체 로드맵에 반영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3. 안전진단서 제출 면제 사유와 법리적 검토
법령은 원칙적으로 안전진단을 강제하면서도, 선박 통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되는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해상교통안전법 제14조 제1항에 따라 안전진단서 제출을 면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면제 대상은 해양수산부 고시인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해상풍력 사업과 연관될 수 있는 주요 면제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길이 100미터 이상의 선박이 직접 통항하지 않는 수역에 시설물 등을 건설하거나 보수하는 경우
- 선박이 통항하는 가항수역에 별도의 구조물 설치 없이 해당 수역을 횡단하는 전선이나 해저케이블만을 설치·보수하는 경우
- 사업 예정지 인근에 지정 항로, 항만시설, 저수심 구역 등이 부재하여 사업 시행 후에도 기존 해상교통 흐름에 영향이 적다고 판단되는 경우
-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시행령에 따른 군항의 보호구역 등 민간 선박의 통항이 원천적으로 금지된 수역 내에서 사업이 이루어지는 경우
- 해상교통안전법 제13조 제1항에 따른 교통안전특정해역에서의 공사·작업 허가 또는 선박입출항법에 따른 항로 내 공사·작업 허가를 이미 받은 경우
다만, 이러한 면제 규정은 문언 그대로 해석하기보다 해당 해역의 실제 통항량, 선박의 종류, 지형적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따라서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절차를 생략했다가는 추후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단계에서 심각한 절차적 결함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를 통한 면밀한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합니다.
4. 성공적인 사업 인허가 취득을 위한 제언
결론적으로 해상풍력발전 사업에서 해상교통안전진단은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검문소와 같습니다. 실무적으로 안전진단서가 제출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해양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때 관계 기관으로부터 안전진단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동의' 의견이 포함된 공문을 회신받아야만 비로소 인허가 절차가 본궤도에 오를 수 있습니다.
해상풍력 사업은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복잡한 인허가 체계가 얽혀 있는 고난도 프로젝트입니다. 사업의 첫 단추인 해상교통안전진단부터 법규를 준수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것만이 불필요한 사업 지연을 막고 프로젝트의 경제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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