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계약실무] 3. 발전소 공사계약(EPC)의 적정 마진율과 업무상 배임의 경계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가속화와 함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가 전국 각지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사업은 복잡한 공사계약을 필수적으로 수반하며, 이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직면하는 가장 현실적인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적정한 마진율(손익률)'의 설정입니다. 특히 시장 평균보다 낮은 마진율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실무자들은 혹여 이것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됩니다. 오늘은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 공사 계약 시의 마진율 설정이 업무상 배임죄와 어떠한 법리적 관계에 있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업무상 배임죄의 개념과 성립 요건

먼저 업무상 배임죄가 법률적으로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 명확한 개념 정립이 필요합니다. 형법 제356조에 명시된 업무상 배임죄는 단순한 업무 실수나 결과적인 손실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다음의 세 가지 핵심 요건을 충족할 때 비로소 성립합니다.
  • 첫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여야 합니다. 이는 회사와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회사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의미하며, 대표이사나 프로젝트 담당 실무자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 둘째, 업무상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가 존재해야 합니다. 법령이나 계약 내용, 혹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마땅히 이행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반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여 회사와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 전반을 포함합니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
  • 셋째,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회사)에게 손해를 가해야 합니다. 여기서 손해란 실제로 발생한 현실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입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745 판결).

2. 손해 발생과 책임의 경계: 경영판단의 원칙

기업 경영의 본질에는 항상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영자나 담당자의 결정을 곧바로 범죄화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법원은 경영자가 합리적인 정보에 근거하여 회사의 이익을 위해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면 그 책임을 묻지 않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영자가 당시 상황에서 가용한 정보를 합리적으로 수집하고 검토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당 결정이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고 내린 판단이라면, 또한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다면 설령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죄의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고 봅니다(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9다280481 판결).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창의적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법적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3. 공사계약상 배임의 성립: 경제적 관점의 실질적 판단

그렇다면 공사 계약 담당자가 업계 평균보다 낮은 마진율로 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곧바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수치화된 마진율의 높고 낮음만으로는 배임 여부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업무상 배임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손해'는 형식적인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평가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당장 눈에 보이는 적극적 손해뿐만 아니라 마땅히 얻었어야 할 이익을 얻지 못한 소극적 손해까지 고려하되, 그 과정에서 계약의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봐야 합니다.

요컨대,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계약했는지를 판단할 때는 단순히 마진율 수치 외에도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 납품 기한의 촉박함이나 대금 지급 조건의 유리함 등 계약의 세부적인 특약 사항
  • 계약 상대방과의 장기적인 협력 관계 구축 가능성 및 미래 가치
  • 계약 체결 당시의 구체적인 영업 환경 및 치열한 시장 경쟁 상황
따라서, 납품 계약 시 견적 가격 외에도 납품 기한, 대금 지급 조건, 계속적 거래 관계의 유지 가능성 등 다른 계약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 관념에 부합한다고 봄이 타당합니다.실제로 서울고등법원은 통상적인 수준보다 낮은 마진율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그것이 다른 유무형의 이익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면 정당한 경영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0. 6. 4. 선고 2020노464).

4. 결론: 리스크 관리와 합리적 의사결정의 기록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마진율을 설정하는 업무는 회사의 단기적 수익성뿐 아니라 장기적인 시장 점유율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고도의 경영 판단 영역입니다. 단순히 마진율이 시장 평균에 못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해당 결정이 업무상 임무를 위배했는지, 그리고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 회사에 진정한 손해를 끼쳤는지를 '경영판단의 원칙'에 비추어 엄격히 판단합니다.

결국 프로젝트 담당자가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핵심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영판단의 합리성 확보
    충분한 시장 조사와 내부 검토를 거쳐 해당 계약이 회사의 전체적인 이익에 기여한다는 믿음을 가질 만한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 경제적 총량의 이익 고려
    마진율은 낮더라도 공기 단축, 대금 회수 리스크 감소, 향후 후속 수주 가능성 등 종합적인 경제적 실익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담당 실무자는 계약 체결 시 단순히 마진율 수치에 매몰되지 말고, 해당 계약이 회사의 장기적 사업 전략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판단 근거를 명확한 보고서나 회의록 등의 형태로 기록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기록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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