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부지를 물색하다 보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거대한 장벽이 바로 농지입니다. 식량 안보라는 공익적 가치 때문에 농지에서의 사업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이 강하지만, 실무적으로 법령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일정한 요건 하에 상생의 길을 열어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농지법은 보전의 가치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조화시키기 위해 구역별, 규모별로 정교한 농지전용허가 기준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농지법 제32조와 제37조를 중심으로 농지 내 재생에너지 사업의 가능성과 주의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농지법(2025. 1. 24. 시행) 확인하기
1. 농지법 제32조에 따른 행위제한의 구조
농지법 제32조는 농업진흥지역 내에서의 토지 이용 행위 제한을 엄격히 규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할 점은 농업진흥지역이 농업진흥구역과 농업보호구역으로 세분되며, 각 구역의 성격에 따라 규제의 강도와 예외 허용 범위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농업진흥구역의 경우, 원칙적으로 농업 생산이나 농지 개량과 직접 관련이 없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그러나 농지법은 공익 증진이나 농어촌 발전을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첫째, 공공시설의 설치입니다. 이때 공공시설에는 전주, 유ㆍ무선송신탑, 전선로, 변전소, 풍력발전설비 등이 포함됩니다. 둘째, 농어촌 발전에 필요한 시설의 설치 입니다. 여기에는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 및 이에 필요한 시설로서 전기사업을 목적으로 염해농지에 설치하는 태양에너지 발전설비, 전기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태양에너지 발전설비로서, 건축허가를 받거나 건축신고를 한 건축물 지붕에 설치하는 경우 또는 국가ㆍ지방자치단체ㆍ공공기관이소유한 건축물 지붕 또는 시설물에 설치하는 경우가 포함됩니다.
반면 농업보호구역은 농업진흥구역의 용수원 확보나 수질 보전 등을 위해 지정된 곳으로, 규제가 상대적으로 완화되어 있습니다(농지법 제32조 제2항). 이곳에서는 앞서 언급한 (i) 농업진흥구역에서 허용되는 모든 행위가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ii) 농업인 소득 증대에 필요한 시설의 설치로서 부지 면적이 1만 제곱미터 미만인 태양에너지 발전설비의 설치도 허용됩니다. 또한 (iii) 농업인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설의 설치로서 부지 면적이 3천 제곱미터 미만인 에너지 공급시설 역시 설치가 가능한데, 변전소는 별도의 규정이 적용되므로 제외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농업진흥지역 내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농지전용허가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를 받으려면 각 구역별 핵심 요건 중 하나를 반드시 충족해야 합니다. 농업진흥구역 내 사업이라면 해당 시설이 풍력발전설비나 변전소 같은 공공시설에 해당하거나, 법령상 요건을 갖춘 염해 농지 혹은 건축물 지붕을 활용하는 태양광 설비여야 합니다. 반면 농업보호구역의 경우에는 이러한 요건을 포함하여, 1만 제곱미터 미만의 태양광 설비 설치나 3천 제곱미터 미만의 각종 에너지 공급시설 설치라는 면적 기준에 맞추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2. 농지법 제37조에 따른 금지사유 검토
농지법 제37조 제1항은 농지의 보전과 효율적 이용을 위해 특정 시설의 부지로 농지를 전용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선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특정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이나 물환경보전법에 따른 특정 폐수 배출시설은 농지전용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다만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설비의 경우 이러한 오염물질 배출시설에 해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므로, 실무적으로는 면적 제한 규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농지법 시행령 제44조 제3항 제6호에 따르면, (i) 부지 면적이 3만 제곱미터를 초과하는 태양에너지 발전설비는 농지전용 허가가 제한됩니다. 또한 (ii) 기타 시설의 경우 부지 면적이 1만 제곱미터를 초과하면 전용이 제한되나, 농업진흥구역에 설치 가능한 시설은 예외로 인정됩니다. 더불어 (iii)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농업 진흥이나 농지 보전을 위해 정한 시설 역시 제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3만 제곱미터 이하의 태양광 설비나 조례상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 일정 규모 이하의 설비만이 예외 규정에 해당하게 됩니다.
절대적 금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농지법 제37조 제2항 및 농지전용업무처리규정에 따른 상대적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i) 전용하려는 농지가 이미 농업생산기반이 정비되었거나 정비사업 시행 예정 지역에 포함되어 우량농지로 보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전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또한 (ii) 발전설비의 설치가 인근 농지의 일조, 통풍, 통작에 매우 큰 지장을 주거나 농지개량시설의 폐지를 수반하여 주변 농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주요 제한 사유입니다. (iii) 토사 유출 등으로 인근 농지나 시설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사업 계획의 구체성이나 자금 조달 계획이 불확실하여 전용 목적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신청한 농지 면적이 사업 목적에 비해 지나치게 넓은 경우에도 행정청은 허가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3. 결론 및 시사점
농지 위에서 성공적인 재생에너지 사업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조문을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의 지리적 조건과 행정청의 재량권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법령에서 허용하는 예외 요건을 갖추었더라도 지자체별 조례가 상이하고, 특히 우량농지 판정이나 인근 농지 영향과 같은 상대적 제한 사유는 주관적 판단의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농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소중한 부지이자 기초 자원인 만큼, 농지법령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사업 설계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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