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RE100이나 ESG 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많은 기업이 친환경 에너지 사용으로 눈을 돌리면서, 재생에너지를 시장에서 직접 구매하여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실질적인 이행 수단으로 주목받는 제도가 바로 직접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입니다.
2024년 상반기부터 직접 PPA 계약 체결 사례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필자 또한 국내 3개 대기업 그룹사의 PPA 체결 및 협상 자문을 수행하며 현장의 뜨거운 관심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직접 PPA 제도의 개념과 구조를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1. 직접PPA의 개념과 도입 배경
직접 PPA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를 거치지 않고 기업(전기사용자)이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전력 시장은 한국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시장 내에서 독점적 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를 통해서만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기업의 자율적인 선택권 보장을 위해 제도가 개선되었고, 이제는 기업이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전기사업법
제31조(전력거래) ① 발전사업자 및 전기판매사업자는 제43조에 따른 전력시장운영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력시장에서 전력거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도서지역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19조(전력거래) ① 법 제31조제1항 단서에서 “도서지역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경우를 말한다
4.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요건을 갖춘 신ㆍ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가 발전설비를 이용하여 생산한 전력을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에게 공급하는 경우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가. 발전설비용량이 1천킬로와트를 초과하는 발전설비를 이용하여 생산한 전력을 공급하는 경우
나. 발전설비용량이 1천킬로와트 이하인 발전설비를 이용하여 생산한 전력을 송전용 또는 배전용 전기설비 없이 공급하는 경우
2. 직접PPA의 두 가지 방식: 계통연계형(Off-site)과 비계통연계형(On-site)
직접 PPA는 발전 설비와 수요처 사이에서 공용 전력망(계통)을 이용하는지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먼저 계통연계형(Off-site PPA)은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멀리 떨어진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기존의 공용 송전 및 배전망을 통해 기업의 사업장으로 공급받는 방식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추진되는 대다수의 직접 PPA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반면 비계통연계형(On-site PPA)은 공용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발전 설비와 수요처를 직접 전선으로 연결하여 전기를 공급받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공장 지붕이나 인접 부지에 설치된 발전 시설로부터 전기를 직접 받는 형태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직은 제도적,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보편화 단계는 아니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점차 이를 추진하는 사업 모델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재생에너지전기의 직접전력거래 등에 관한 고시(2025. 7. 29. 시행) 바로가기
재생에너지전기의 직접전력거래 등에 관한 고시
제2조(정의) ① 이 고시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1의2. “계통연계형 거래”란 송전용 또는 배전용 전기설비를 이용하는 재생에너지발전설비를 활용한 직접전력거래 방식을 말한다.
11의3. “비계통연계형 거래”란 송전용 또는 배전용 전기설비를 이용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발전설비를 활용한 직접전력거래 방식을 말한다.
3. 한국형 직접 PPA의 특수성: 3자간 거래 구조
우리나라 직접 PPA 제도가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사례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법령에 따라 '3자간 거래 구조'가 강제된다는 점입니다. 해외의 경우 발전사업자와 기업이 1대 1로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전기사업법령에 따라 중간에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참여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국내 직접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 그리고 최종 전기사용자인 기업이라는 3자 구도로 형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계약이체결됩니다. 첫째는 발전사업자와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 사이에 체결되는 '전력공급계약'입니다. 이는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습니다. 둘째는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와 기업 사이에 체결되는 '직접전력거래계약'으로,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를 최종적으로 구매하여 사용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재생에너지전기의 직접전력거래 등에 관한 고시
제2조(정의) ① 이 고시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2. “직접전력거래계약”이란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 또는 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사업자와 전기사용자 사이에 체결되는 직접전력거래에 관한 계약을 말한다.
13. “전력공급계약”이란 직접전력거래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와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 또는 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사업자와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 사이에 체결되는 재생에너지전기 공급에 관한 계약을 말한다.
재생에너지전기의 직접전력거래 등에 관한 고시(이하 '직접PPA 고시')는 이러한 계약들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들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직접전력거래계약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명칭, 위치, 설비용량, 발전원과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의 상호, 대표자명, 주소 정보가 들어가야 합니다. 또한 전기사용자의 상호 및 대표자명, 주소, 수전설비용량 또는 계약종별 및 계약전력은 물론 연간 보장공급량과 직접전력거래비율, 전기사용장소별 공급비율, 계약기간, 거래단가 등 전력거래대금의 지급조건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에 더해 전력공급의 제한 및 중지에 관한 사항, 계약의 해지 및 해제, 손해배상책임, 그리고 각종 비용의 납부 위임 및 대리에 관한 사항까지 규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직접 PPA고시 제9조 제1항).
한편, 전력공급계약의 경우에는 발전설비의 명칭, 위치, 용량, 발전원과 연간 보장공급량, 계약기간, 공급단가 등 대금 지급조건, 공급 제한 및 중지, 계약 해지 및 해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담아야 합니다. 특히 전기저장장치(ESS)를 활용할 때는 장치의 명칭, 위치, 용량, 배터리 종류와 효율, 충방전 효율 및 공급비율 등을 포함해야 합니다(직접 PPA고시 제9조 제5항).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정식 등록된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발전사업자와 기업 사이의 거래를 중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성공적인 PPA 협상과 계약 체결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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