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소유지임에도 불구하고 개발 행위가 엄격히 제한되는 '접도구역'은 많은 토지 소유주와 사업자들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와 같습니다. 도로 구조의 파손을 방지하고 교통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지정되는 이 구역은 공익적 목적이 뚜렷한 만큼, 사유 재산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양광 발전시설이나 전기차 충전소와 같은 에너지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접도구역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적인 변수가 되곤 합니다. "접도구역이라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망연자실하는 경우도 많지만, 법령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반드시 길이 막혀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는 금지되나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범위가 존재하며, 이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습니다.
1. 접도구역 내 개발행위 제한에 관한 원칙
접도구역에서의 개발 행위 제한은 도로의 기능을 보전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도로 확포장 및 안전 확보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도로법 제40조 제3항은 이러한 입법 취지를 반영하여 접도구역 내에서의 토지 형질 변경 및 건축물 등의 신축·개축·증축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도로법(법률 제21065호, 2025. 10. 1.)
도로법
제40조(접도구역의 지정 및 관리) ③ 누구든지 접도구역에서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토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행위
2. 건축물이나 그 밖의 공작물을 신축ㆍ개축 또는 증축하는 행위
이 규정으로 인해 접도구역에 포함된 토지는 일반적인 대지에 비해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지며,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법적 리스크를 안게 됩니다.
2. 도로법상 예외 규정과 ‘전기공급시설’의 해석
원칙적인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도로법 시행규칙 제18조는 도로의 구조나 교통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예외적 행위들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 규칙 제5호에서 규정하는 '전기공급시설'의 설치 허용은 에너지 사업자들에게 중요한 법리적 근거가 됩니다. 특히 최근 제주지방법원은 발전사업자가 설치하는 설비의 성격과 공익적 가치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제주지방법원 2021. 7. 20. 선고, 2020구합5557).
제주지방법원 2021. 7. 20. 선고 2020구합5557 판결
전기사업법 제2조 제16호는 ‘전선로(같은 조 제16호의2에서 그 의미를 정의 함)’를 ‘전기설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전기사업법 제67조 제1항의 위임에 ‘라. 전기설비의 기술기준’을 정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고시인 ‘전기설비기술기준’은 “제2절 전기공급설비의 시설”에서 제26조로 ‘전선로 및 전차선로’의, 제38조로 ‘지중전선로’의 각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전선로(지중전선로 포함)는 전기사업법령상 전기공급설비의 하나이고 따라서 전기사업법 제2조 제16호, 제16호2의 전선로에 해당함이 분명 이 사건 전기관로는 전기사업법령상 전기공급설비에 속한다.앞서 본 바와 같이 법령상 전기공급시설에 관한 별도의 정의규정이 없고 ‘시설’과 ‘설비’가 전기사업법령상 별개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사정도 없는 이상, 도로점용조례 제8조 제1항 제3호 단서의 ‘전기공급시설’은 전기사업법령상의 ‘전기공급설비’와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 관련 법령의 합리적·통일적 해석이라 할 것이다.
법원은 해당 판결을 통해 지중 전선관로 등 발전사업에 필수적인 설비 역시 도로법상 허용되는 예외 시설에 포함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전기사업법상 전기공급설비의 요건을 갖춘 시설이라면 접도구역 내에서도 특정 행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입니다.
3. 개발행위허가의 재량권 행사에 따른 실무적 쟁점
도로법상의 예외 요건을 충족하여 기술적 검토를 마쳤다 하더라도, 최종적인 사업 승인을 위해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발행위허가라는 허들을 넘어야 합니다. 우리 법원은 개발행위허가의 성격을 행정청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개발행위허가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나 공익적 가치 등 불확정 개념을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따라서 도로법상 금지 행위의 예외에 해당하더라도, 관할 행정청이 해당 부지의 지형적 특성이나 교통 흐름, 주변 경관 등에 비추어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불허가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결국 법리적 타당성 확보와는 별개로,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득하는 행정적 대응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두49079 판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고 한다) 제56조에 따른 개발행위허가는 그 금지요건·허가기준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아 그 요건·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행정청에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그리고 국토계획법이 정한 일정한 용도지역 안에서 토지의 형질변경행위를 수반하는 건축신고의 수리는 건축법 제14조 제2항, 제11조 제5항, 제6항의 인허가 의제로 인해 건축법상 건축신고와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의 성질을 아울러 갖게 되므로, 국토계획법상의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되는 건축신고가 국토계획법령이 정하는 개발행위허가기준을 갖추지 못한 경우 행정청으로서는 이를 이유로 그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10두1495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두50188 판결 등 참조).
4.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종합히면 접도구역 내에서의 개발 행위는 법령상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전기공급시설과 같은 특정 설비에 대해서는 명확한 예외 통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에너지 사업자가 접도구역이라는 법적 제약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 계획 중인 시설이 전기사업법상 전기공급설비에 해당함을 법리적으로 명확히 소명
- 해당 시설 설치가 도로 구조의 안전과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음을 기술적으로 입증
- 관할 행정청과의 긴밀한 사전 협의를 통해 재량권 남용에 따른 불허가 리스크를 최소화
- 사업 계획의 안전성과 탄소중립 기여 등 공익적 가치를 부각하여 행정적 명분 확보
접도구역 내 개발은 단순한 인허가 절차를 넘어 법리와 행정 실무가 복잡하게 얽힌 영역입니다. 따라서 초기 단계부터 판례의 동향과 법령의 예외 규정을 철저히 분석하여 논리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사업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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